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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 이후 살아남은 아파트 단지를 배경으로, 인간이 만들어내는 권력과 공동체의 붕괴를 냉정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영화는 단순한 재난영화가 아니라, 인물들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디스토피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보여준다. 본 글에서는 주요 인물 분석과 함께 영화 속 권력 구조를 중심으로 디스토피아적 의미를 해석해본다.

재난 이후 등장하는 새로운 질서와 인물 구도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세계는 대지진으로 인해 기존 사회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된 상태에서 시작된다. 외부는 폐허가 되었고,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공간이 바로 황궁아파트다. 이 공간은 생존자들에게 유토피아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권력이 탄생하는 폐쇄적 사회가 된다. 초반 인물들은 모두 동등한 생존자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누가 이 공간을 지배하고, 누가 배제되는지가 분명해진다. 영화는 특정 영웅이 세상을 구하는 구조를 택하지 않고, 평범한 인물들이 권력의 중심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이는 재난 이후 인간 사회가 어떻게 다시 계급화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장치다. 특히 아파트 주민과 외부 생존자의 구분은 인물 구도를 명확히 한다.
영탁을 중심으로 한 권력의 형성과 변질
영화 속 가장 핵심적인 인물은 단연 영탁이다. 그는 처음부터 절대적인 지도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앞장서는 인물로 등장하며, 주민들의 신뢰를 자연스럽게 얻는다. 하지만 권력은 그 자체로 중립적이지 않으며, 영탁 역시 점점 변화한다. 영탁의 리더십은 공포와 질서를 동시에 기반으로 한다. 외부인을 통제하고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그는 점차 폭력적인 선택을 정당화한다. 중요한 점은 그의 행동이 개인적 악의라기보다, 공동체 생존이라는 명분 아래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디스토피아 사회에서 흔히 나타나는 권력 집중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아파트 공동체가 보여주는 디스토피아 권력 구조
황궁아파트는 외부와 단절된 폐쇄 공간이며, 이 안에서는 새로운 법과 규칙이 작동한다. 영화 속 권력 구조는 민주적 합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수의 결정이 다수를 지배하는 형태다. 주민 회의와 투표는 존재하지만, 공포와 생존 압박 속에서 자유로운 선택은 불가능하다. 이 공동체는 점차 내부 감시와 배제를 강화한다. 규칙을 어기거나 공동체의 이익에 반하는 인물은 쉽게 적으로 규정된다. 영화는 아파트라는 공간을 통해 한국 사회의 주거 문화와 계층 문제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재난 그 자체보다, 재난 이후 인간의 선택에 집중한 영화다. 영탁을 비롯한 인물들은 모두 생존을 원했을 뿐이지만, 그 선택들이 모여 디스토피아를 만들어낸다.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과연 우리는 극한 상황에서도 인간다움을 지킬 수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