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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물」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을 통해 사건의 진실보다 인물의 감정에 집중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명확한 악과 선을 제시하지 않고, 시점과 감정의 차이를 통해 ‘괴물’이 무엇인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감정선 중심의 연출 방식을 이해하면 영화가 전달하려는 진짜 의미를 더 깊이 해석할 수 있다.

감정으로 움직이는 서사 구조와 시점 연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괴물」에서 전통적인 기승전결 구조보다 감정의 흐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영화는 하나의 사건을 여러 인물의 시점에서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관객이 쉽게 판단하지 못하도록 의도적으로 정보를 분산시킨다. 이 방식은 사건의 ‘사실’보다 그 사건을 바라보는 각 인물의 감정 상태가 얼마나 다른지를 부각한다. 처음에는 교사, 부모, 아이 중 누가 잘못했는지를 따지게 되지만, 시점이 전환될수록 관객은 판단을 보류하게 된다. 이는 고레에다 감독이 의도한 연출로, 관객 스스로 자신의 감정적 편견을 돌아보게 만든다.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불완전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오해와 두려움으로 인해 갈등이 증폭된다. 이 감정의 누적이 서사를 이끌어 가는 핵심 동력이다. 특히 아이들의 시점이 드러나는 후반부는 감정선 연출의 정점이다. 어른들이 만든 규칙과 언어가 아이들의 진심을 왜곡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관객은 이전 장면들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침묵과 여백으로 표현되는 감정의 진실
「괴물」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출 요소는 설명을 최소화한 침묵과 여백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인물들이 감정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도록 연출하며, 대신 표정, 시선, 행동의 변화로 감정을 전달한다. 이러한 방식은 관객이 능동적으로 감정을 해석하게 만든다. 대사보다 긴 침묵이 이어지는 장면에서 관객은 불편함과 긴장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인물들이 느끼는 혼란과 두려움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특히 아이들이 감정을 숨기거나 왜곡된 언어로 표현하는 모습은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성’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공간 연출 역시 감정 표현의 도구로 활용된다. 학교, 집, 숲이라는 공간은 각각 억압, 불안, 해방의 감정을 상징한다. 숲에서의 장면은 아이들이 진정으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으로, 영화 전체에서 감정이 가장 자유롭게 흐르는 지점이다.
‘괴물’이라는 제목이 담은 감정적 의미
영화 제목인 「괴물」은 특정 인물을 지칭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감정이 왜곡되는 순간,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이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폭력적인 언행을 하는 어른, 책임을 회피하는 시스템, 이해하려 하지 않는 시선 모두가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비관적인 메시지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감정에 솔직해지는 순간, 괴물은 사라질 수 있다는 희망도 함께 제시한다. 아이들의 우정과 연대는 사회적 규범을 넘어서는 감정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관객에게 따뜻한 여운을 남긴다. 결국 「괴물」은 ‘누가 잘못했는가’가 아니라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는가’를 묻는 영화다.
「괴물」은 사건 중심의 영화가 아닌 감정 중심의 영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연출은 판단보다 이해를, 결론보다 질문을 남긴다. 감정의 흐름을 따라 영화를 다시 바라본다면, 이 작품이 왜 많은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지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